항암제 임상시험 피험자 충원과정에도 고‧소‧영?

인종‧민족 다양성 부족‧편중..4대 인종 두루 충원 8% 뿐

기사입력 2019-08-22 07:30     최종수정 2019-08-22 12:0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미국에서 이루어진 항암제 관련 임상시험례들이 충원과정에서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편중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사용 중인 다양한 항암제들의 약효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게 할 만한 내용이어서 주목되는 것이다.

개별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유전적인 차이가 눈에 띄는 데다 이 같은 특성이 환자들로 하여금 각종 약물들에 대해 나타내는 반응을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미국 텍사스대학 MD 앤더슨 암센터, 워싱턴州 시애틀 소재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및 텍사스州 웨이코 소재 베일러대학 등에 재직 중인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학술저널 ‘미국 의사회誌 종양학’(JAMA Oncology)에 15일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2008~2018년 기간에 항암제 허가취득으로 귀결된 임상시험례들에서 나타난 인종 관련 보고 및 대표성의 불공평성’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08~2018년 기간에 진행된 항암제 관련 임상시험례들 가운데 백인, 아시아계, 흑인 및 히스패닉계 등 미국 내 4대 주요 인종을 두루 충원한 경우는 전체의 8%에도 미치지 못하는 7.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인종별 발암률을 감안했을 때 백인들은 전체 임상시험례들의 98%에 피험자로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난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이 수치가 각각 22% 및 44%에 불과했던 것.

바꿔 말하면 인종별 대표성이 전혀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제 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의과대학의 조나산 M. 로리 조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과학이 장차 약물을 투여받을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라며 “환자들이 어떤 약물을 투여받아야 한다면 우리는 그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것과 동일한 약효를 해당환자들에게 나타낼 수 있을 것임을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로리 교수는 폐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한 항암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항암제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환자들에게서 보통 수준의 약효를 나타내는데 그쳤지만, 아시아계에서 흔한 유전적 변이를 나타내고 흡연 전력이 없는 젊은 여성층 환자들을 치료했을 때는 유독 믿기 어려운(incredible) 수준의 성과가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임상시험에 참여한 인종적 다양성과 충원률에 대한 보고내용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꼬집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로리 교수팀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8년 6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한 항암제들과 관련해 이루어졌던 임상시험례들을 예외없이 면밀하게 분석했다.

총 230건에 달한 이들 임상시험례들에는 11만2,293명의 피험자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인구 센서스 자료를 이용해 인종별 발암률 등을 추산했다.

로리 교수는 “이번 연구가 미국에서 확보된 자료를 이용했지만, 캐나다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제약기업들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에 FDA에 가장 먼저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뒤이어 유럽 의약품감독국(EMA)과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에서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허가신청서에 동봉하는 임상시험 자료는 동일한 것이 통례라고 덧붙였다.

로리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와 관련해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임상시험 피험자들 가운데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참여한 내용을 분석할 수 없었다는 점”이라며 “총 11만2,000여명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임상시험 피험자들 가운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고작 13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 같은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일 뿐 아니라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로리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로리 교수팀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의 성별 대표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환자들이 약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에서 후속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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