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동물실험 대체 AOP로 가능”

윤석주 예측독성연구본부 본부장

기사입력 2015-12-29 15:55     최종수정 2015-12-29 18:0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KTX 노선도를 보면 고속열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차가 서울역에서 출발해 대전을 지나면 대구를 거쳐 부산이나 창원으로 갑니다. 호남선은 종착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AOP(Adverse Outcome Pathways·독성발현경로)는 어떤 물질을 사용하면 마지막까지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중간이나 최종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윤석주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KIT, Korea Institute of Toxicology) 예측독성연구본부 본부장은 AOP는 독성물질의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정의하고 평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AOP는 화학합의 노출에서부터 개인 수준(개인 건강 관점) 또는 집단 수준(생태독성학적 관점)의 부작용(adverse effect)까지를 이해하기 위해 각 단계별 결과(event)의 경로(pathway)로 정의할 수 있다. 


“AOP는 분자적 수준, 세포, 기관, 개체, 집단에 대한 실험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AOP 구축을 위해서는 독성학, 분자생물학, 화학, 공학, 컴퓨터과학, 물리 등과 같은 다 학제간 시스템적 기법이 이용됩니다. 궁극적으로 AOP는 약물이 부작용을 나타내기 위해 어떻게 생명체의 항상성 시스템(homeostatic system)에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됩니다. 이와 같은 AOP의 개발과 표준적인 사용은 안전성을 평가하고 관련 학문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OECD, 미국, EU에서도 향후 독성 테스트 및 평가를 위해 예측독성 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 AOP를 꼽고 있습니다.”


AOP는 막대한 비용, 인력, 시간, 동물의 사용 등 막대한 자원이 투자된 신약후보물질이 제품화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연구재원의 낭비와 신약개발을 통한 질병치료기회의 상실에 따라 조금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해 고안됐다. 특히 신약의 독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장기(organ) 수준의 피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분자 수준, 세포, 기관, 개체등 모든 단계에 이르는 독성 확인 방법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OECD는 새로운 독성평가 방법으로 AOP를 제시했다.


윤 본부장은 화장품 동물대체실험법에서도 AOP가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았다. 화장품산업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되면 AOP를 통해 최종 독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천연물이나 화학물 원료를 사용할 때 그 원료가 어떤 반응을 일으켜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예측할 수 있다.


“현재 AOP는 연구 목적 및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에 활용성을 검토중입니다. AOP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동물복지(3Rs) 개념과 더불어 화학물질 독성평가 분야에서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OECD는 분석했습니다.”


이어 윤 본부장은 초기의 화학물질과 생체분자의 반응으로부터 개체 및 집단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결짓는 과정에서 놓치거나 생략될 수 있는 부분을 개발 단계에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OP는 2012년 OECD의 케미컬 세이프티(Chemical Safet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됐다. 현재 OECD내의 Advisory Group on Molecular Screening and Toxicogenomics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채택된 AOP는 없고, 최종 리뷰단계에 있는 AOP가 있다.


“국내에서는 AOP를 도입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AOP는 신약, 화장품, 생리학, 환경산업 등 적용 범위가 넓고, 실험동물수를 줄일 수 있는데다 최소한의 실험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윤 본부장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사람의 생체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령 현재 기술수준에서 인공 피부는 ‘인공’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화장품산업에서도 안전성 확보는 급성만이 아니라 만성적인 부분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화장품산업에서 AOP를 적용한다면 최소한 3~4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AOP 연구는 환경분야와 피부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립대 최진희 교수가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논문을 보면, 미국독성학회(SOT), 유럽·북미 환경독성화학회(SETAC) 등에서 △피부과민성에 대한 AOP △동물 복지 관점에서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경로기반 접근법 △생태독성학 및 위해성평가에서의 동물 대체 접근법 △피부과민성에 대한 독성발현경로의 분자 메커니즘 고정:기존 자료 분석 △AOP 적용을 향해–피부과민성에 대한 시험과 평가를 위한 통합 접근법(IATA)의 이행 △피부과민성 화학물질의 유해성 확인에 대한 통합적 접근법의 성능 평가 △화학물질 호흡 알레르기:독성발현경로의 역설계와 같은 피부 관련 AOP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윤 본부장은 2010년 AOP를 기획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AOP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AOP에 참여해 신규 AOP를 개발해도 특정국가, 기관, 개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저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국제적 협력사업에 자발적이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AOP를 구축중인 국가는 미국(38건)이 주도하는 가운데 EU(10건), 스위스(5건), 캐나다(5건), 영국(4건), 일본(3건), 한국(2건), 벨기에(2건), 핀란드(1건), 노르웨이(1건), 아일랜드(1건)다.  

 

윤 본부장은 2013년부터 3년간 수행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연구사업에서 도출된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6월 파리에서 열린 정기회의에서 2건의 신규 AOP 프로젝트를 제안, 승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실제 AOP 개발에 관련된 정부과제가 없는 상태다. KIT, 식약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AOP 과제를 부분적으로 지원 받아 진행하는 정도다.


“AOP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관리 주체를 마련해야 합니다. 연구회를 구성하고, 최소 10년 동안 장기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발성 연구지원은 큰 도움이 안될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서는 국가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의학 박사인 윤 본부장은 박사과정에서 독성학을 공부하고, 유전체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성유전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KIT 예측독성연구본부는 시스템독성연구센터, 차세대의약연구센터, 대체독성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연구사항은 시스템 독성(in vivo, in vitro, in silico)연구, 줄기세포를 이용한 독성평가법 개발, 제브라피쉬 활용, 피지옴기반 심장독성평가, 조직공학기반 독성평가법 개발 등이다.


대전에 위치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독성연구기관으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2년 1월 설립됐다. 실험동물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질적 향상을 바탕으로 한 생명과학 발전을 추구하는 KIT는 199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 적격 시험기관으로 인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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