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유병률’ 낮아 안된다?

‘종합적 질병 부담 고려’하자는 의료계와 입장 엇갈리는 정부

기사입력 2018-10-11 12:00     최종수정 2018-10-12 06:5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대한간학회가 주장하는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두고 보건당국에서는 ‘유병률’을 근거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의견 차는 좀처럼 좁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학회는 잠재환자가 80%에 달하는 C형간염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해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회의적인 태도로 인해 국가건강검진 도입 여부는 수년 째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2월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실은 ‘C형간염 국가검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C형간염의 유병률이 약 1%에 불과한 수준이라, 유병률 5%이상이어야 한다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의 선정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전국민 대상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C형간염 유병률이 5%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C형간염을 조기 발견해 완치할 경우 발생할 종합적인 질병 부담 개선 효과를 고려해 국가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은 유병률이 3.1%이지만 국가 암 검진에 포함돼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항목들 중에는 모든 검진 항목 선정 원칙에 부합하지 않지만 질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포함된 항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C형간염은 유병률 외에 다른 모든 국가검진 선정기준에 부합한다. △95% 이상의 치료율을 보이는 HCV DAA로 완치가 가능하며 △간단한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국가건강검진 체계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포함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점 또한 입증됐다.

국가 검진항목 선정원칙과 C형간염 부합여부(출처 : 박인숙 의원실 정책토론회 발표자료, 정숙향의 한국인 최근 C형간염 현황과 대책)▲ 국가 검진항목 선정원칙과 C형간염 부합여부(출처 : 박인숙 의원실 정책토론회 발표자료, 정숙향의 한국인 최근 C형간염 현황과 대책)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은 이미 연구 결과로 검증됐다.

올해 6월 개최된 에서 발표된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의 ‘C형간염 항체검사 국가검진 도입을 통한 환자 발굴의 필요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C형간염 국가검진을 1년씩 앞당겨 시행할수록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항체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고 현재의 진단 및 치료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간 질환 관련 사망자 누적 환자 수는 1만 8,64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장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서 C형간염 검사가 가능해질 경우 간 질환 누적 사망자 수는 해당 수치에서 75% 가량 감소한 4,679명일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에 개최된 에서도 인제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아 교수의 ‘한국 일반인의 C형 간염 선별 검사의 비용 효과’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힘을 실었다.

국내 40~65세 성인인구를 국가검진과 연계해 1회 C형간염 선별검사할 경우 비선별검사군 대비 비용효과 증가비(ICER)가 질보정수명(QALY) 1년 당 7,116달러였다. 나이대별로는 40-49세가 7,719 달러, 50-59세가 6,853달러, 60-65세에서 6,851 달러였다.

민감도 분석 결과 ICER 값은 5,037~10,006 달러였으며, 선별검사를 통한 C형간염의 진료 및 치료가 증가할수록 ICER 값이 감소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이 포함되어 숨어있던 환자들을 발굴할 수만 있다면,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비용 효과성이 검증된 여러 HCV DAA가 2015년부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국내에 가장 많은 유전자형 1형에서 99%의 완치율을 보이지만 1b형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던 하보니의 급여기준이 확대되고, 동시에 약가 또한 56.3% 인하됐다. 간경변증이 없는 초치료 환자는 8주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전자형 2형에서 97%의 완치율을 기록한 소발디의 약가도 48.3% 인하돼 국내 C형간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범유전자형 치료제 마비렛도 새롭게 출시돼 C형간염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더욱 다양해졌다.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4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만큼 과연 어떤 결론에 다다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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