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통신

재미한인약사 이덕근씨, "한국의 의료시스템 정말 부럽다"

기사입력 2020-03-23 09:16     최종수정 2020-03-23 14: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미국 워싱턴 거주 이덕근약사 기고]

의사 전용라인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또 Plaquenil (Hydroxychlorquine) 처방전이다. 평상시엔 1달에 한 두 번 나올 것이 오늘만 해도 벌써 5 건이다. Plaquenil 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처음 개발 되었지만 현재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주로 쓰이는 약물이다. 

말라리아에는 예방의 목적으로 여행 떠나기 전 1 주일 전부터 200mg 두 알을 매 주 복용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Malarone (Atovaquone and Proguanil) 이나 Doxycycline 이 대세이고 가끔 Chloroquine 처방이 나온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Plaquenil은 보통 200mg하루에 2 번 복용하는데 오늘 받은 처방전은 하나같이 하루에 200mg 한 알 씩이었다. 

약을 찿으러 온 미스터 콜에게 무슨 이유로 이약을 복용하느냐 물어 보니 역시 짐작한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 약이 효과가 있단 소문이 있어 의사인 자기 형에게 부탁했단다. 인터넷을 찿아 보니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을 언급하고 기자들이랑 효과 있느니 없느니 말싸움 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약간의 데이터는 몇 명의 환자에게 시도해서 이 약이 미약하나마 효과를 보였다는 것인데 체계적으로 한 임상 시험도 아니고 통계적 유의성등의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일 주일 전에 오랫만에 chloroquine 처방이 왔었는데 이 판국에 말라리아 지역으로 여행가나 하고 의아해 했었는데 의문이 풀렸다. 

미국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도 약국에 오는 손님들은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스크가 품절이기도 하지만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없고 자기들끼리 만나면 악수하고 심지어 포옹도 한다. 회사에서는 약사의 감염 차단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가 몇 일 전에 계산대에서 캐쉬어와 손님간의 공간에 작은 테이블을 두어 거리를 조금 벌려 놓았다. 뉴욕에서는 CVS약국에서 약사가 확진자로 판정되어 약국이 하루 동안 문을 닫고 약사는 휴직처리 됐다고 한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일찍 동이났고 슈퍼 마켓에 가면 휴지와 물등을 확보하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미국 사람들 원래 겁이 많다. 일기 예보에서 비가 좀 세게 온다하면 슈퍼에 물은 항상 동이 났었으니 이번 난리에 사재기는 미국인들의 오래된 관습이다. 미국 사람들은 정부 불신이 생각보다 심하다. 사실 이 곳 공무원들은 뭐든지 항상 느리니까.    

내가 증상이 의심되면 어뗳게 행동해야 되는지, 어디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것에 대한 정보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찿아 보니 우선 Primary Doctor에 가서 상담을 하고 의사가 소견을 써주면 검사소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확진이 되면? 입원해야하나, 그냥 자가격리해야하나, 뭐 매뉴얼이 없다. 더구나 의료 보험이 없는 사람이 약 3천만명에 육박하고 통계에 안잡히는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거의 4 천만명에 가까울텐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이 들은 당연히 Primary Doctor도 없을테니 증상이 있어도 병원도 못가고 검사도 못 받고 돈벌이를 위해서도 격리는 커녕 그냥 다닐텐데 정말 대책 없는 미국이다. 노숙자도 온 도시에 흘러 넘치는데 그들은 또 어뗳게 관리할 것인가? 미국의 부실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하나하나 까발려지고 있는 현 상황이다. 

더욱 더 무서운 것은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이탈리아같은 의료 시스템 붕괴가 이 곳에서도 벌어질지 모른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들이 부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 정말 부럽다. 
  
<필자소개>
이덕근약사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동화약품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워싱턴 소재 CVS Pharmacy에서 Chief Pharmacist로 재직중이다. 이 약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본지에 '닥터리의 워싱턴 약사일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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