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 '낙태약'

이미 그녀들은 충분히 아프다

기사입력 2018-09-13 11: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낙태는 뜨거운 이슈다. 그리고 최근 그 한가운데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인공 중절 전면 거부와 미프진 도입이 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먹는 낙태약으로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 스웨덴, 독일, 미국 등 61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05년부터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함으로써 안전한 인공 중절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공인하였다.

임신 중절 수술과 미프진 복용은 일부 차이는 있으나 대략 효과는 유사하며(수술 성공률 98%, 미프진 성공률 95~97%) 안전성도 둘 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수술이나 마취 없이 임신 중절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미프진 사용을 선호한다.  
 
한국에 알려진 미프진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고 미국에서는 미페프렉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절을 위해서는 미프진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이후 미소프로스톨이라는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를 복용해야 한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동을 차단시켜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시키며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 촉진제로서 자궁에서 분리된 수정체를 자궁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프진을 이용한 임신중절은 연구 방식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98%까지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7주 이전에는 수술보다 안전하고 임신 9주까지 그 안전성이 확인되었다. 복통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미프진을 허용한 국가들에서는 임신중절을 확인하기 위하여 약 복용 후 1주~3주 이내에 의료진의 검사를 받도록 되어있다.
 
WHO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이미 전 세계 약 2,600만명의 여성들이 이 방법을 이용하여 임신중절을 했으며 핀란드의 경우는 2009년 기준 낙태 여성의 84%가 미프진을 복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낙태를 시행한 산부인과 의사 대상 행정처분규칙을 개정발표하면서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임신중절 전면 거부를 밝힌 상황이다.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여부 결과 때까지 행정처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성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임신중절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여성의 건강과 인권이다. WHO에서도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 완전한 상태”라는 건강의 정의에 동의한 WHO 가입 국가들은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히며 여성이 필요로 하는 임신 중절을 범죄시하고 처벌하는 법 조항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법적으로 임신중절을 막든, 막지 않든, 원하지 않는 임신에 대해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 비율은 거의 동일하다. 법적 제한은 임신중절을 더 줄이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낙태 시도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건강을 해칠 뿐이다.

국내 사정은 좀 더 복잡할 수 있는데 설령 헌법재판소에서 현재 심사 중인 낙태죄에 대한 위헌을 결정하더라도 미프진 도입은 또 다른 권력들의 싸움터가 되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프진 도입이 ‘더 쉽게’, ‘더 마구잡이로’ 태아의 생명권을 내팽겨 칠 것이라는 고리타분한 논쟁의 장이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미 임신중절을 선택한 혹은 선택할 그녀들은 충분히 고민했고, 충분히 아파했고,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 박카스를 먹듯이 미프진을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그녀들이 과연 존재하겠는가? 이제 이미 충분히 아픈 그녀들을 위한 더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우리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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