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은퇴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을 "최고의 약장수"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자동차 부품은 2만개가 넘잖아요? 그런데 사람의 부품은 5장 6부 11개 밖에 안돼요. 2만개 넘는 부품의 자동차를 팔다가 11개 밖에 안되는 사람부품 고치는 약 파는 것이 훨씬 쉬웠어요"라는 서 회장의 언급을 소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약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 파는 것'이 훨씬 쉬었다는 서 회장의 견해다. 특허 만료 등 기회의 발 빠른 선점으로 바이오시밀러 제조, 판매에 20년 간 오롯이 몰두한 서 회장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닌 중소기업벤처부 수장이 "세계적인 제약회사"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어색하기만 하다.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박 장관의 페이스북 글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성공 사례가 다수 있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는 말 그대로 유사체(시밀러)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면서 동시에 효능도 오리지널보다 간소화된 임상시험 절차를 통해 당국의 발매 허가를 득한 '발 빠른' 결과물이다.
다시 말하면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과 성공의 경험을 20년간 가져본 적이 없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개막식에서 기조연사로 나섰던 서 회장은 글로벌 굴지의 제약바이오사 CEO 다수와 함께 간담을 나눴다는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간담 자리에서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CEO들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조달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서 회장은 설명했다.
수 많은 '무에서 유'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 출시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의 CEO들은 당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과 '조달' 여력을 눈 여겨 본 것뿐이다. 그런 자리에서 오리지널 대비 가격적 메리트만을 운운하면서 전세계 고통 받는 환자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과연 그들은 K-바이오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박 장관은 "K방역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서 회장과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등장한 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 CT-P59(성분명:레그단비맙)는 항체치료제로 90분간 정맥 투여하는 주사제다.
경증부터 중등증까지의 코로나19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이 치료제 유형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채취한 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에 삽입(재조합)해 세포 배양 과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럼 CT-P59은 신약인가. 업계에서는 국내 당국의 허가를 받아도 생물학적 제제 특성상 신약으로 등재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백신이나 혈액 제제의 경우 물질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은 개발 단계에 따라 유효(hit), 선도(lead), 후보(candidate) 물질로 세분화되면서 세상에 없는 신약 개발에 대한 전임상 과정이 이뤄진다.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벤처부 수장의 평가가 정확할 수도 있다. "개룡남 서정진...최고 약장수"가 셀트리온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밸류체인(가치사슬) 위치를 정확하게 짚고 있기 때문이다.
약팔이주식팔이 ㅎㅎ (2021.01.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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