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학연구재단 기고3] 인공지능 활용 신약 개발 현재와 미래

한미약품연구센터 정보관리팀 최창주 연구위원

기사입력 2020-01-14 12:00     최종수정 2020-01-15 16:0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인공지능 바둑 ‘한돌’과 한 유명 프로 기사의 은퇴 대결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부에서도 인공지능 분야를 핵심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넓은 의미에서의 인공지능이란 사람이 아닌 존재에 의해서 구현이 되는 지능적인 행동이나 판단을 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뜻한다. 기계 학습 또는 심층 학습도 이러한 인공지능의 일부이지만 최근에는 좁은 범위로 이 부분만을 인공지능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근래에 인공지능이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일반적인 기계 학습보다 더 깊은 신경망 계층 구조를 이용하는 심층 기계 학습 방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데이터와 모델 그리고 이를 주관하는 전문가에 의해서 구현된다.

이들의 특징은 학습할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심층 학습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을 시키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다양한 변형을 주어 숨겨져 있는 패턴을 스스로 매우 잘 추출한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예측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높은 예측력에 대한 기대로 국내 신약개발 업계도 이를 선도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많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전담 TF를 조직하고, 관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이 분야의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정부에서도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등을 통해 지원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중점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야는 약물의 표적 선정이나, 후보 물질 최적화를 통한 신약 발굴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인공지능 기술이 부분적이지만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새로운 물질의 최적화된 합성 경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물질 및 이의 대사체들에 대한 임상 독성을 추정하는데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동물 약효 평가 시험에 응용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투여 전후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여 분석하는 시험에서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분석하고 관찰한 결과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바이오마커를 찾거나, 임상시험을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는 데도 활용을 한다. 특히, 타 산업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이미지 분석 능력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임상병리학에서도 우수한 예측력으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너무 맹신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발굴된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사례조차 아직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사람의 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기존 방식을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로 간주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섣불리 도입되었다가 낭패를 당한 사례도 있다. IBM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 자연어 인지력을 바탕으로 Watson for Oncology 및 Watson for Drug Discovery 등의 솔루션에 잇달아 개발에 투자하였다. 암 정복과 신약 연구를 위해 전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IBM과 협업을 하였으나 아직은 그 결과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

최근에는 결국 인공지능 신약개발 도구였던 Watson for Drug Discovery의 서비스를 중단하였다. 각종 저널 등 비정형 자료의 자연어 인지력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주목받던 데이터베이스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의약학 저널 출판사들과의 저작권이 문제로 학습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개 저널의 초록 정보만으로는 우수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이나 전문가 보다는 데이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장애 요인도 대부분 데이터에 기인한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한정된 양의 데이터로 너무 복잡한 모델에 적용하면 학습 오류는 낮더라도 이를 일반화하여 적용하였을 때의 오류는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모델의 선정과 이를 관장할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심층 강화학습이나 최신 모델이 항상 옳은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가 충분치 못할 때에는 이에 맞는 알고리즘이나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 때로는 단순 통계 기법의 회기 분석이 훨씬 효과적으로 정확한 결과 예측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물론 데이터의 크기를 늘리면 좀 더 복잡한 모델을 쓸 수 있고, 더 좋은 결과를 일반적으로 얻을 수가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인기에 현혹되어 이러한 중요한 부분이 간과되어 남용되어서는 안 되겠다.

데이터의 불확실성이 있으면 인공지능 모델에 의해서 오류가 더 증폭될 수 있다. 어떠한 인공지능 과제를 하더라도 표준화되고 잘 정제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또다른 한계점으로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신약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 점이 있다. 데이터의 양과 함께 중요한 것이 데이터의 품질 관리이다.

게다가 양질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정제 과정을 거쳐서 그 양이 줄어들게 되면,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고 편향적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화합물 정보은행으로 알려진 PubChem 데이터베이스에는 2억 개가 넘는 다양한 화합물이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에 등재된 모든 공개 데이터가 활용 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중 하나인 아톰와이즈(Atomwise)사에 의하면 그중 90% 이상의 정보가 그들이 세운 품질 관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화학적 구조, 대상 표적의 생물학적 활성, 유전자 발현 데이터, 장기 조직 병리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공개된 자료에는 데이터가 없거나 오류가 많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다른 산업보다는 조금 더디겠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은 분명히 발전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많은 인공지능 관련 회사와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진전을 보인다면 적어도 5년 내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경험이 길지 않다 보니 축적된 고유한 데이터의 양도 많지 않다. 또한 데이터 관리 수준도 열악한 상태이다. 미래 신약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을 활용할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실험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데이터 품질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다음에라도 더 좋은 것을 적용하면 된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곳에서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신약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제공 : 재단법인 미래의학연구재단(http://medicalinnov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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