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프랑스의 기초연구·중개연구 협력이 감염병, 백신,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등 첨단 바이오 분야로 확대되면서 치료·예방 기술 개발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Korea)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의생명과학 기초연구와 중개연구의 교차점(Crossroads of Basic and Translational Research in Biomedical Science)’을 주제로 ‘한-프 공동 과학 심포지엄(Korea-France Joint Scientific Symposium)’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886년 수교 이후 140년을 맞은 한국과 프랑스의 과학기술 협력 의미를 되짚고, 기초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예방 기술로 확장하기 위한 중개연구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및 RNA 연구, 백신 혁신, AI 기반 신약발굴, 오가노이드 시스템 등 의생명과학 분야의 주요 기술 흐름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장승기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한-프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과학기술 협력의 중심 플랫폼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행사는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양 기관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와 글로벌 바이오의료 연구 발전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소장은 "감염병 등 글로벌 보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중개연구의 긴밀한 연계는 이제 필수적인 과제"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신약 및 백신 개발의 최신 동향과 AI·오가노이드 등 미래 유망 기술을 집중 다루고, 양국의 과학적 교류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필립 베르투(Philippe Bertoux) 주한 프랑스 대사는 “1886년 외교협정에서 출발한 양국 관계는 140년 동안 과학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며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협력은 2004년 이후 양국의 대표적인 과학협력 사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베르투 대사는 양 기관 협력이 연구자 교류와 전문성 공유를 넘어 AI, 바이오의학, 백신 혁신, 항생제 내성 대응 등 글로벌 보건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랑스 국립연구청(ANR)-한국연구재단(NRF)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분야 공동연구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기초연구와 중개연구를 연결하는 가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원장은 “실험실의 발견을 실제 의약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중개연구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와 에볼라바이러스 등 글로벌 보건 위협은 과학 협력이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단순 대응을 넘어 과학 기반 선제 대비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립보건연구원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AI 플랫폼, 첨단 감염 모델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질환 평가를 ‘노화’로 넓히다
바이러스 감염을 단기 병원성으로만 보던 관점이 장기 건강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이 초파리의 생물학적 나이를 앞당기며, 그 속도는 바이러스 병원성과 맞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심포지엄 기조강연은 카를라 살레(Carla Saleh)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바이러스학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초파리에서 장관 바이러스 감염은 노화를 가속한다(Enteric viral infections accelerate aging in Drosophila)’를 주제로 발표했다.
살레 교수는 곤충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를 기반으로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과 노화의 관계를 다뤘다. 그는 “핵심은 감염 이후 역연령이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를 모델로 사용했다. 초파리는 생활사가 짧고 대규모 개체 분석이 가능해 감염·면역·노화 연구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병원성 범위가 다른 4종의 장관 RNA 바이러스에 감염된 초파리에서 전사체 노화 시계(transcriptomic aging clock)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다. 건강한 초파리의 연령별 전사체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든 머신러닝 기반 모델 ‘Raptor’를 적용해 감염 개체의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했다.
그 결과, 모든 병원성 감염은 초파리의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했다. 노화 가속 정도는 숙주 수명 감소로 정의한 병원성과 함께 증가했다. 이 경향은 경구 감염과 전신 감염 모두에서 나타났고,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에서도 보존적으로 관찰됐다. 반면 예쁜꼬마선충에서 비병원성 오르세이 바이러스(Orsay virus)는 노화 가속이 거의 없었다.
바이러스 제거 이후에도 생물학적 나이 상승은 지속됐다. 살레 교수는 “바이러스가 제거된 이후에도 한 번 올라간 노화 신호는 되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이 일시적 병원성에 그치지 않고, 생리학적 흔적을 장기간 남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로 분석에서는 노화 특징(hallmarks of aging) 전반에 걸친 변화가 확인됐다. 텔로미어 관련 변화, 유전체 불안정성, 단백질 항상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 노화 관련 경로가 감염 조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주요 조직으로는 장과 지방체(fat body)가 제시됐다. 지방체는 초파리에서 사람의 간과 유사한 대사 기능을 담당한다.
숙주 환경도 변수로 작용했다. 암컷과 수컷의 노화 가속 양상은 유사했지만, 세균성 공생체 볼바키아(Wolbachia)를 보유한 초파리에서는 바이러스 유도 노화가 완화됐다.
살레 교수는 “공생미생물 상태가 감염으로 유도된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단서”라며 “장 항상성과 면역 조절이 노화 가속의 핵심 축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나이를 왜곡하는 노화 왜곡 인자(age-distorter)로 해석했다. 감염 중증도와 장기 노화 결과를 연결하는 정량적 틀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결과는 바이러스 감염이 노화를 가속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며 “향후 감염으로 유도된 노화를 되돌리거나 늦출 수 있는 표적 경로를 찾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스퇴르 혁신 공식 “기술이전 수익, 다시 연구로”
기초연구의 산업화는 특허에서 끝나지 않고 기술성숙화에서 판가름 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연구실 발견을 산업이 도입할 수 있는 개발 데이터와 전략으로 전환하고, 기술이전 수익을 다시 연구에 투입하는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파스칼 조르당(Pascale Jordan)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기술이전·창업지원본부장은 ‘연구와 산업 간 간극 연결(Innovation Development at Pasteur, Bridging the Gap between Research and Industry)’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르당 본부장은 기술이전 수익의 목적도 연구 재투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실 발명과 산업 파트너가 도입할 수 있는 개발 단계 사이의 간극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짚었다. 조르당 본부장은 “학술기관이 발명을 특허화하는 시점은 산업 파트너가 투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경우가 많다”며 “개념입증(PoC)과 개발 데이터가 부족하면 산업계가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조직이 혁신개발 사무소(Innovation Development Office)다. 해당 조직은 산업 연구개발(R&D)에서 20~25년 경력을 쌓은 인력으로 구성돼 진단, 치료제, 백신, 기술 플랫폼, AI,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연구자에게 분석법, PoC, 의료 미충족 수요, 시장 수요 정의를 지원하고 재정 지원도 제공한다.
지원 체계도 단계별로 운영된다. 6개월 단위 신속 지원, 연례 공모인 ‘DARRI call’, 장기 기술성숙화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DARRI call’은 1~2년간 8만~15만 유로를 지원하며, 액셀러레이터는 프로젝트별 수십만 유로까지 지원할 수 있다. 최근 7년간 액셀러레이터는 12개 프로젝트를 추적했고, 일부는 외부 파트너에 라이선스됐다.
조르당 본부장은 목표제품프로파일(TPP)을 기술이전의 핵심 도구로 꼽았다. TPP는 개발 초기부터 작용기전, 제조 기간, 효능, 적응증, 대상 환자, 투여 경로, 경쟁 제품 대비 장점을 정의하는 문서다. 그는 “TPP는 제품 개발 초기에 만들고, 개발 전 주기에서 계속 진화한다”며 “과학적 발견을 제품 개발 언어로 바꿔야 산업 파트너를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 시점은 제품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제는 보통 동물에서 기술적 PoC가 필요하고, 이상적으로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기반 제조 단계 전 이전할 수 있다. 글로벌 헬스 백신은 더 진전된 PoC와 일부 임상 결과, 제조 공정 설정이 필요할 수 있다. 진단 분야는 대체로 프로토타입이 필요하다.
기술이전 경로는 스타트업 창업과 기존 산업 파트너 이전으로 나뉜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스타트업에 투자자를 연결하고 사업계획과 피칭을 지원한다. 사노피 등 빅파마와는 마스터 연구계약(Master Research Agreement, MRA)을 통해 법적 조건을 사전에 정하고, 정기 미팅으로 연구 프로젝트와 산업계 수요를 연결한다.
조르당 본부장은 ‘Enodia Therapeutics’를 산업화 사례로 제시했다. Enodia Therapeutics는 2025년 2월 설립됐고, 2026년 1월 2070만 유로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마이코박테리움 울세란스(Mycobacterium ulcerans) 독소 마이콜락톤(mycolactone)의 Sec61 전위통로(translocon) 차단 기전 연구에서 출발한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조르당 본부장은 “앞으로는 이런 프로젝트가 임상 개발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며 “기초연구의 가치는 발견 자체가 아니라, 산업이 도입할 수 있는 데이터와 개발 전략으로 성숙시킬 때 커진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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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의 기초연구·중개연구 협력이 감염병, 백신,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등 첨단 바이오 분야로 확대되면서 치료·예방 기술 개발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Korea)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의생명과학 기초연구와 중개연구의 교차점(Crossroads of Basic and Translational Research in Biomedical Science)’을 주제로 ‘한-프 공동 과학 심포지엄(Korea-France Joint Scientific Symposium)’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886년 수교 이후 140년을 맞은 한국과 프랑스의 과학기술 협력 의미를 되짚고, 기초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예방 기술로 확장하기 위한 중개연구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및 RNA 연구, 백신 혁신, AI 기반 신약발굴, 오가노이드 시스템 등 의생명과학 분야의 주요 기술 흐름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장승기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한-프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과학기술 협력의 중심 플랫폼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행사는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양 기관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와 글로벌 바이오의료 연구 발전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소장은 "감염병 등 글로벌 보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중개연구의 긴밀한 연계는 이제 필수적인 과제"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신약 및 백신 개발의 최신 동향과 AI·오가노이드 등 미래 유망 기술을 집중 다루고, 양국의 과학적 교류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필립 베르투(Philippe Bertoux) 주한 프랑스 대사는 “1886년 외교협정에서 출발한 양국 관계는 140년 동안 과학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며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협력은 2004년 이후 양국의 대표적인 과학협력 사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베르투 대사는 양 기관 협력이 연구자 교류와 전문성 공유를 넘어 AI, 바이오의학, 백신 혁신, 항생제 내성 대응 등 글로벌 보건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랑스 국립연구청(ANR)-한국연구재단(NRF)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분야 공동연구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기초연구와 중개연구를 연결하는 가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원장은 “실험실의 발견을 실제 의약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중개연구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와 에볼라바이러스 등 글로벌 보건 위협은 과학 협력이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단순 대응을 넘어 과학 기반 선제 대비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립보건연구원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AI 플랫폼, 첨단 감염 모델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질환 평가를 ‘노화’로 넓히다
바이러스 감염을 단기 병원성으로만 보던 관점이 장기 건강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이 초파리의 생물학적 나이를 앞당기며, 그 속도는 바이러스 병원성과 맞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심포지엄 기조강연은 카를라 살레(Carla Saleh)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바이러스학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초파리에서 장관 바이러스 감염은 노화를 가속한다(Enteric viral infections accelerate aging in Drosophila)’를 주제로 발표했다.
살레 교수는 곤충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를 기반으로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과 노화의 관계를 다뤘다. 그는 “핵심은 감염 이후 역연령이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를 모델로 사용했다. 초파리는 생활사가 짧고 대규모 개체 분석이 가능해 감염·면역·노화 연구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병원성 범위가 다른 4종의 장관 RNA 바이러스에 감염된 초파리에서 전사체 노화 시계(transcriptomic aging clock)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다. 건강한 초파리의 연령별 전사체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든 머신러닝 기반 모델 ‘Raptor’를 적용해 감염 개체의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했다.
그 결과, 모든 병원성 감염은 초파리의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했다. 노화 가속 정도는 숙주 수명 감소로 정의한 병원성과 함께 증가했다. 이 경향은 경구 감염과 전신 감염 모두에서 나타났고,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에서도 보존적으로 관찰됐다. 반면 예쁜꼬마선충에서 비병원성 오르세이 바이러스(Orsay virus)는 노화 가속이 거의 없었다.
바이러스 제거 이후에도 생물학적 나이 상승은 지속됐다. 살레 교수는 “바이러스가 제거된 이후에도 한 번 올라간 노화 신호는 되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장관 RNA 바이러스 감염이 일시적 병원성에 그치지 않고, 생리학적 흔적을 장기간 남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로 분석에서는 노화 특징(hallmarks of aging) 전반에 걸친 변화가 확인됐다. 텔로미어 관련 변화, 유전체 불안정성, 단백질 항상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 노화 관련 경로가 감염 조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주요 조직으로는 장과 지방체(fat body)가 제시됐다. 지방체는 초파리에서 사람의 간과 유사한 대사 기능을 담당한다.
숙주 환경도 변수로 작용했다. 암컷과 수컷의 노화 가속 양상은 유사했지만, 세균성 공생체 볼바키아(Wolbachia)를 보유한 초파리에서는 바이러스 유도 노화가 완화됐다.
살레 교수는 “공생미생물 상태가 감염으로 유도된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단서”라며 “장 항상성과 면역 조절이 노화 가속의 핵심 축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나이를 왜곡하는 노화 왜곡 인자(age-distorter)로 해석했다. 감염 중증도와 장기 노화 결과를 연결하는 정량적 틀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결과는 바이러스 감염이 노화를 가속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며 “향후 감염으로 유도된 노화를 되돌리거나 늦출 수 있는 표적 경로를 찾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스퇴르 혁신 공식 “기술이전 수익, 다시 연구로”
기초연구의 산업화는 특허에서 끝나지 않고 기술성숙화에서 판가름 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연구실 발견을 산업이 도입할 수 있는 개발 데이터와 전략으로 전환하고, 기술이전 수익을 다시 연구에 투입하는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파스칼 조르당(Pascale Jordan)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기술이전·창업지원본부장은 ‘연구와 산업 간 간극 연결(Innovation Development at Pasteur, Bridging the Gap between Research and Industry)’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르당 본부장은 기술이전 수익의 목적도 연구 재투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실 발명과 산업 파트너가 도입할 수 있는 개발 단계 사이의 간극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짚었다. 조르당 본부장은 “학술기관이 발명을 특허화하는 시점은 산업 파트너가 투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경우가 많다”며 “개념입증(PoC)과 개발 데이터가 부족하면 산업계가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조직이 혁신개발 사무소(Innovation Development Office)다. 해당 조직은 산업 연구개발(R&D)에서 20~25년 경력을 쌓은 인력으로 구성돼 진단, 치료제, 백신, 기술 플랫폼, AI,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연구자에게 분석법, PoC, 의료 미충족 수요, 시장 수요 정의를 지원하고 재정 지원도 제공한다.
지원 체계도 단계별로 운영된다. 6개월 단위 신속 지원, 연례 공모인 ‘DARRI call’, 장기 기술성숙화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DARRI call’은 1~2년간 8만~15만 유로를 지원하며, 액셀러레이터는 프로젝트별 수십만 유로까지 지원할 수 있다. 최근 7년간 액셀러레이터는 12개 프로젝트를 추적했고, 일부는 외부 파트너에 라이선스됐다.
조르당 본부장은 목표제품프로파일(TPP)을 기술이전의 핵심 도구로 꼽았다. TPP는 개발 초기부터 작용기전, 제조 기간, 효능, 적응증, 대상 환자, 투여 경로, 경쟁 제품 대비 장점을 정의하는 문서다. 그는 “TPP는 제품 개발 초기에 만들고, 개발 전 주기에서 계속 진화한다”며 “과학적 발견을 제품 개발 언어로 바꿔야 산업 파트너를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 시점은 제품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제는 보통 동물에서 기술적 PoC가 필요하고, 이상적으로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기반 제조 단계 전 이전할 수 있다. 글로벌 헬스 백신은 더 진전된 PoC와 일부 임상 결과, 제조 공정 설정이 필요할 수 있다. 진단 분야는 대체로 프로토타입이 필요하다.
기술이전 경로는 스타트업 창업과 기존 산업 파트너 이전으로 나뉜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스타트업에 투자자를 연결하고 사업계획과 피칭을 지원한다. 사노피 등 빅파마와는 마스터 연구계약(Master Research Agreement, MRA)을 통해 법적 조건을 사전에 정하고, 정기 미팅으로 연구 프로젝트와 산업계 수요를 연결한다.
조르당 본부장은 ‘Enodia Therapeutics’를 산업화 사례로 제시했다. Enodia Therapeutics는 2025년 2월 설립됐고, 2026년 1월 2070만 유로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마이코박테리움 울세란스(Mycobacterium ulcerans) 독소 마이콜락톤(mycolactone)의 Sec61 전위통로(translocon) 차단 기전 연구에서 출발한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조르당 본부장은 “앞으로는 이런 프로젝트가 임상 개발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며 “기초연구의 가치는 발견 자체가 아니라, 산업이 도입할 수 있는 데이터와 개발 전략으로 성숙시킬 때 커진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