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연구·개발 분위기 탈피, ‘나혼자’ 고집 버려야”

KASBP 최 윤 회장 ‘공유와 협력, 상생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중요’

기사입력 2017-09-12 06:20     최종수정 2017-09-12 06:5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최 윤 KASBP 회장▲ 최 윤 KASBP 회장
올해 6월 보스턴에서 열렸던 ‘2017 KASBP(재미한인제약인협회) 봄 심포지엄’은 그야말로 한미 양국 제약산업의 최신 동향에 대해 깊이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었다.

이에 약업신문은 최근 한국을 방문중인 최 윤 KASBP 회장을 만나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KASBP 회원을 비롯한 한국인 과학자들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가 향후 준비하고 갖춰나가야 할 비전과 구체적 목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최 윤 회장이 바라보는 한국 제약기업과 미국 제약기업의 차이, 그리고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는 어떤 단체인가?

KASBP는 신약개발과 생명과학에 대한 학술정보 교류와 회원 간의 유대강화를 목표로 2001년에 출범한 비영리 단체다. 100여개 제약기업(GSK, Merck, Novartis, BMS, Sanofi, J&J, Pfizer 등) 종사자들과 60여개의 아카데미아에 소속된 교수, 연구원 및 대학원생 등 학계 관계자들 외에도 미국 FDA,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기관 근무자를 포함해서 약 1150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있다. 필라델피아, 보스턴, 코네티컷과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및 뉴저지에 각각 지부가 있어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매년 2회 전국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 한국과 미국의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많이 다르다. 신약개발에 리스크가 크게 따르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리스크들 중에서도 미국의 기업들은 '휴먼 에러(Human Error)'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를 정착시켜 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 에러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문화에 비추어 보면 실수를 한 사람이 실수를 만회할 새로운 기회를 요청할 때 이를 용인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과학기술이 새로운 시도와 오류를 통해서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 대해 익숙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른 면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경영관리와 프로젝트 관리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가 아주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일상화된 점이다.

- 한국의 특허 실적을 미국과 비교해 본다면?

아쉽지만 한국이 미국보다 매우 뒤쳐진다고 보고 있다. 특허출원 건수만으로는 한국과 미국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출원하는 기술의 질과 개발 시점, 기술의 상용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많이 뒤쳐져 있다. 한 예로 같은 CAR-T 항종양치료제의 개발회사 중에서도 Kite Therapeutics와 Bluebird사 혹은 Juno사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같은 기술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냉정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차이를 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 바이오시밀러, 개량신약, 제네릭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혁신 신약 외의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의료비용 절감의 절박함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제약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신약 개발 비용의 막대함으로 인해 개량신약이 다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레드오션 속에 갇히게 될 수 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나만의 사업분야를 갖고 그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을 배양해야 독점적이고 안정된 수익을 갖게 된다. 대표적 한국 기업으로 혈액분획제제의 녹십자, 수액제의 JW중외제약이 있다. 최근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연제약도 주목할 만 하다. 제약 분야에서 펩타이드 약물, 하이포텐시 약물, 프로스타글란딘 약물, 뉴클레오타이드 약물 등 시장성이 입증된 세분된 사업군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내 업체들이 특별한 제네릭들을 개척해 주었으면 한다.

- 한국 인재의 질과 인적 네트워크 수준에 비춰 보았을 때 한국의 혁신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의약산업의 중심을 제약회사라고 한다면 연구중심 의료기관과 바이오 기업이나 의·약·화학 연구소 같은 과학 집단, 시료 분석 기술과 공정 제어 기술, 데이터와 통계를 관리하는 여러 전문 기관들의 능력이 서로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와주어야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해 서로 맞물리는 집단 간 수준이 다 같이 향상되어야만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성공율이 높아진다.

-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이종학문간의 융합, 이종기업간의 융합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융합’을 통한 신약개발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당연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앞으로는 단일 기업 또는 학문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융합 기술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융합을 진행하기에는 미국이 조금 더 쉬운 환경인 것 같다. 미국 기업은 자신이 전문성을 띈 부분을 외부에 자신있게 얘기하고 다른 기업의 조언도 귀담아 들으며, 필요에 따라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 제약기업의 문화는 필요 이상으로 오픈돼 있거나, 심지어는 너무 폐쇄돼있어서 오직 안전성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기업 간 이해관계를 벗어나 상대 기업에게 자문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타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좋으나 어느선까지는 비공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말 중요한 기밀 같은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 실질적인 오픈 마인드, 현실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했으면 좋겠다.

-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제휴를 촉진하는데 KASBP가 한국 내 인적자원의 교류 등에 관해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제안이 있다면?

제 개인 뿐 아니라 많은 KASBP 회원분들의 의견처럼 KASBP는 비록 친목과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늘 한국의 제약업계의 글로벌 제휴에 미더운 친구가 되고자 한다. 최근 점점 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저희 심포지엄에 참가하고 있다. 더 넓은 교류를 통해 한국 제약 기업들의 신약 개발과 미국 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 간 네트워킹의 관계가 과거와는 달리 접촉 빈도도 늘어나고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두 국가의 연구자 그룹과 기업 간 상호관계는 더 밀접해지고 활발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KASBP 회원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그 접점에서 양쪽을 도우며 배우는 기회로 삼고 있다.

- 한국 내에서는 신규고용창출 등 제약산업의 사회 기여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제약산업의 기여도는 얼마나 되나?

한국의 제약바이오협회와 같이 미국에도 PhRMA가 있다. PhRMA는 제약산업과 관련한 직접 고용인력이 80만 명, 간접고용과 고용유발을 합친 인력이 약 5백 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전체 고용인구를 약 1억 3천 만 명으로 계산한다면 100명 중 4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적지 않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제약과 바이오는 혁신(Innovation)을 이끄는 면에서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투입돼 개발한 약물을 전세계를 판매 시장으로 삼고 공급하면서 유관된 여러산업까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외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업체들과 연구자들이 보여준 성과는 매우 대단했다. 특히 어려운 경쟁여건에서 노력해왔기에 그 결실이 귀할 뿐더러 스스로의 발전 가능성 확인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 최근의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개발 초기단계에서 업계의 리더나 기관의 컨설턴트들과 정보를 나누며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바로 수정해 온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에는 연구소 건물 안에서 연구를 단독으로 추진하고 연구 자금과 일정에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는 패턴을 많이 보았지만 지금 그 방식을 고집한다면 과연 경쟁력을 가질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대기업들도 공유와 협력, 상생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점을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 연구자들이 자신의 기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비정상적으로 큰 편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씩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봄 열렸던 2017 KASBP SPRING SYMPOSIUM의 모습▲ 지난 봄 열렸던 2017 KASBP SPRING SYMPOSIUM의 모습

- KASBP에 바라는 발전방향은?

KASBP는 미국 내에서 더 많은 1.5세와 2세 한인제약인들의 참여를 늘리고자 노력 중이다.  KASBP는 1세대 한인 제약인들에 의해 조직됐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세대들의 참여가 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그들의 네트워킹을 성장시키면서 리더로 커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KASBP가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 올해 가을에 개최될 심포지엄의 특색은?

매년 2회에 걸쳐 열리는 KASBP의 심포지엄은 신약개발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나아가 KASBP 회원과 한국의 유관기업·단체 사이의 만남의 장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된다. 가을에 개최될 심포지엄은 미국의 바이오행사 개최 시즌에 맞춰 한미 양국의 제약산업 및 생명공학 분야 전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글로벌 신약개발의 최신 동향과 바이오산업의 사례’를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가오는 심포지엄의 주제나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 해외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2017-2018년 주목할 단체와 행사는?

KASBP의 학회는 2017년 10월에 열릴 가을 심포지엄을 뉴저지에서, 그리고 2018년 6월경에 BIO USA가 보스턴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해 2018 봄 심포지엄은 보스턴에서 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미한인기술과학자협회(KSEA)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공동으로 매년 주관하는 한미 과학자들의 학회인 UKC 2018이 뉴욕·뉴저지 지역에서 2018년 8월에 개최된다.  최근 바이오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UKC 2018에서는 새 제제의 발견 및 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세션을 많이 포함할 것으로 예상한다. 양국의 제약인들이 많이 참석해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팜다이제스트 (Pharm Digest)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한국제약산업 100년의 주역

<56> 김동연 (한국신약개발조합이사장 / 제52회 / 2016년)

김동연 한국신약개발 이사장은 1950년 출생, 강원도 ...

<55> 이성우 (삼진제약사장 / 제51회 / 2014년)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54> 이정치(일동제약회장 / 제50회 /2013년)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은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

<53> 정도언(일양약품회장 / 제49회 / 2012년)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은 세계일류 신약개발을 목표로...

<52> 이윤우 (대한약품회장 / 제48회 / 2011년도)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은 선친인 고 이인실 회장의 유...

더보기

Medi & Drug Review

"조현병, 꾸준한 약물복용으로 관리 가능하다"

[Medi & Drug Review]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바르는 무좀치료제, ‘효능’ 강화한 전문약으로”

[Medi & Drug Review] 동아ST ‘주블리아’

이근석교수 "유방암 치료,비용때문에 제한받아선 안돼"

[Medi & Drug Review] 한국로슈 '캐싸일라'

"궤양성 대장염, 삶의 질 위한 지속적인 치료 필요"

[Medi & Drug Review] 한국얀센 '심퍼니'

중앙대 박형무교수 "폐경에 대한 이해와 준비 필요"

[Medi & Drug Review] 한국화이자 '듀아비브'

더보기

실시간 댓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사람들 interview

"UAE 사막서 한국의 약제 서비스 제공, 약사로서 자부심 느껴"

사막과 석유의 나라 아랍에미리트에서 한국의 병원 ...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의약정보 더보기

현대인의 정신질환 / 양극성장애

양극성장애 치료의 최신지견 / 민경준 / 약물요법/ 이예호 / 약품정보/ 김해인 / 핵심복약지도/ 정경혜

약업북몰    신간안내

Pharmaceuticals in Korea 2017

Pharmaceuticals in Korea 2017

한국제약산업 정보 집대성한 영문책자 - 외국현지 박...

팜플러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