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L 3차 치료 환자, ‘벤클렉스타’만이 유일한 희망”

엄기성 교수 “고령·재발 잦은 특성 상 항암치료 어려워…벤클렉스타 급여 절실”

기사입력 2019-11-26 06:00     최종수정 2019-11-27 10:5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이 급성백혈병과 다른 점은 진행 속도가 매우 완만하며, 많은 환자들이 일정기간 경과 관찰만 하는 등 기대 여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이다.

이 중 일부 환자는 병이 진행돼 항암치료 등 약물치료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시행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기타 혈액암과 달리 대부분의 환자에서 ‘재발’한다는 특성을 띈다. 환자에 따라 재발하는 기간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모든 환자에서 재발하게 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 혈액병원 엄기성 교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재발 환자에서는 이전에 시행한 항암치료보다 낮은 치료 반응률을 보이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도 점차 짧아지게 된다. 즉, 재발할수록 병의 진행이 점점 더 빨라지고 결국에는 항암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2차 치료제인 이브루티닙까지 급여 치료가 가능하다. 이브루티닙의 전체 반응률은 약 70% 이상이지만,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 거의 없는 환자가 드물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결국 기간의 문제일 뿐, 대부분 환자에서 재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엄 교수는 “국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급여 가능한 1차 옵션은 FCR(플루다라빈+시클로포스파미드+리툭시맙) 병용요법뿐이다. 이 요법은 백혈구 수치 감소로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고령 환자에서 투여하면 골수 기능이 저하돼 백혈구 감소가 6개월에서 1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2차 치료제는 경구용으로 환자 대부분이 잘 견디지만 결국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평균 60세 이상에서 발병돼 2차 치료까지 마친 후 재발되면 70세 이상이 되는데, 고령에서는 화학적 항암요법도 효과를 보기 어렵고 이상 반응이나 합병증 때문에 치료를 견디지 못해 시도 자체가 어렵다. 즉, 고령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항암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고령의 재발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3차 치료 옵션인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의 의미는 남다르다. 세포자별사(Apoptosis)를 저해하는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과발현을 억제하고 비정상적인 암세포 증식과 악화를 막아, 소화기 장애를 제외하고는 이상 반응이 거의 없어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재발 환자에게도 적절하다.

이상 반응이 적다고 효과와 효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에서도 객관적 반응률(ORR)이 70% 이상이고 환자의 42%에서는 미세잔존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다. 백혈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감염의 위험도 거의 없다.

엄 교수는 “벤클렉스타는 효과 뿐 아니라 편의성도 높다. 기존 항암치료는 한 달에 3~4회 가량 병원에 방문해, 3일 이상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한 백혈구 수치 감소로 인해 촉진제를 맞기 위해 수시로 병원에 방문했어야 했다. 반면 벤클렉스타는 일정 용량 이상으로 증량된 이후에는 대략 한 달에 1번만 내원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급여’다. 벤클렉스타는 1차, 2차 치료 실패로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재발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3차 치료제로, 그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

엄 교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희귀 혈액암이기 때문에 국내 신규 환자는 100~200명 정도다. 이 환자들 중 20~30%만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FCR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진행하면 무진행생존기간은 대략 4~5년, 이후 이브루티닙으로 2차 치료를 하면 2~3년 가량을 생존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벤클렉스타로 3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매우 극소수”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 모두에게 벤클렉스타 급여 혜택을 주어도 국가 재정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즉, 적은 재정으로 환자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급여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들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선뜻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벤클렉스타의 급여가 가능해진다면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옵션도 아니고, 반응률이 70% 이상이며, 미세잔존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이 중앙값까지도 도달하지 않을 정로도 효과가 좋다. 국내에서 3차 이상 치료가 필요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는 벤클렉스타만이 마지막 유일한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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